2023년 계묘년은 시작부터 특별한 해였다.
나혼자산다에서 아나운서 김대호가 입사 첫 포상 휴가를 떠나듯, 나도 대략 2주동안 나홀로 시드니 여행을 계획해서 다녀왔다.
2022년 가을에 티켓팅해서 1월만 기다리며 여행준비를 했던 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던가.
답답했던 코시국 끝물에 가장 오랜 기간 다녀온 여행이었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걷고, 수영하고, 미세먼지 없는 건강한 햇빛을 쬐며 1월의 여름을 즐겼다.
여행 후기를 책으로 꼭 출판하리라 마음먹었지만, 내용이 너무 얄팍한 느낌이라 한 번 더 다녀온 뒤에 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일단 글은 계속 써두는 걸로!

여행 후에는 리프레시 된 삶에 또 다른 추진력을 얻었다.
보는 사람 마다 표정이 좋다고 해주시고, 일 능률도 올라서 어떤 일이든 척척 해낼 수 있는 기분이랄까.
봄에는 역시나 겨울동안 쉬었던 테니스 레슨을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은 시기.
테니스인의 여름은 3-4월부터 시작이다. 반팔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새로운 코치님 2명과 레슨을 했다.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테니스는 인생 처음으로 벽을 느낀 스포츠이다.
피지컬의 한계도 많이 느꼈고, 잘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우울하기도 했지만
평생 배운다 생각하고 시작했으니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하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날탱이 테니스를 추구하는 나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테니스에 집중해서 여름을 보내면서 소소한 성취를 만들었다.
서브도 여러번 바꿔보고, 라켓도 두 번이나 바꿔보고, 첫 대회도 나가보고, 기술도 만들고, 슬라이스 특훈도 많이 받았다.
특히 완벽하진 않아도, 게임할때 전혀 시도조차 하지 않던 원백과 슬라이스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게 22년과 달라진 점인 것 같다. 그리고 코트 예약을 잘하게 된것도!!!!

특히 테니스를 시작 하고 제일 힘든 부분이 같이 치는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느꼈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의 굴레 같은 것.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 없고, 오해도 많이 생기는게 인간 관계인데
테니스는 사람과 함께하는 운동이다 보니, 가뜩이나 감정선에 취약한 나 같은 주입식 F 개인주의봇에게 늘 인간관계에 대한 깨우침을 준다.

나는 앞과 뒤가 똑같은 사람이라, 뒤에서 다른 생각을 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제일 어렵다.
앞뒤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앞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생각해서 일단 보이는 곳에서는 좋은 모습을 유지하는게 당연하다 싶겠지만,
나같은 유형의 상대방 입장에선 오히려 앞에서 확실하게 말을 해주지 않는게 위선적이라 생각이 드는 것..
이건 정말 사람 성향의 차이인데, 결국엔 서로가 호감을 가지고 있어도 사소한 이야기 조차 말을 안해서 오해를 만들게 되니 참 안타까운일이다.
나는싫은 행동은 대놓고 표현하는 편이다. 대신 뒤에서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뒤로가서 온갖 망상을 해대는 사람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가 없다. 아무튼.

크루를 또 만든다는 것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고민이 컸는데
혼자 이끌지 말고 부담을 나누면서 다른 멤버들에게 많이 의지하면 잘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단 즐겁게 모여서 치고 있다 ㅎㅎ 한 해동안 그녀들과 정말 행복했고, 내년에도 기대가 된다.
나의 부족한 면들이 드러날 때는 꼭 앞에서 촌철살인같은 말로 바로 잡아주길..
올 해도 함께해준 규동, 한쌍, 동동이, 토리 등등 진짜 내 똥볼 잘 받아주고 같이 즐겨준 남자 파트너들 너무 고맙고
영방, 뽀 부부도 넘넘 고맙다. 울 여복 보석함에 들어온 영방이, 내가 더 잘 챙겨줄겡 ㅎㅎ

한 해동안 서포트 많이 해준 팀 동료들에게도 정말 고맙고, 떠나간 동료에게도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기원한다.
자주는 못보지만 분기별로 한 번 씩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보물 같은 스포츠 모임 멤버들에게도 늘 응원을 보낸다.
올 해 많은 경기를 같이 보러가진 못했지만, 틈틈히 서로 안부 물으면서 가끔 모여서 즐거운 시간 보내는게 얼마나 힐링이 되는지!.
특히, 같이 오사카 여행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힘든 순간들을 함께 겪어준 드보라님께 감사를….
내가 맨날 앵기는 울 지수님.. 새로운 시작 응원하고 우리 다같이 역삼에 집들이 하러 갑시다…

1,2년에 한 두번씩 볼까말까 하지만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오랜만에 만나도 늘 어제 만난 사람들 처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나라는 사람의 굴곡진 인생사를 공유하고 있는 고다, 시연, 서현이 모두 고맙고 늘 응원한다.
가끔 꿈에서 우리의 옛날 모습들이 나올 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나는 혼자서 아직도 과거의 영광을 좇고 있나봐.
앞으로 더 미래로 나아갈 날들을 계속 멀리서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면 좋겠어. !
가을 동안 연애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사랑은 노력으로 되는게 아니더라….. :)
건강이나 더 챙겨야 겠다고 다짐. 내 목디스크, 회전근개.. ㅠ 24년엔 요가를 해야하나.

카운셀러 선생님이 나는 나를 너무 푸시한다. 스스로를 그만 채찍질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이런 삶을 언제까지 계속 해야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24년에는 원하는 삶을 이룰 수 있을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조금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멀었나?..

평안과행복을 바라며.. 나를 아는 모두를 응원한다.
그리고 나를 아는 모두가 나를 응원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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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urs sincer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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